지워지지 않는 낙서 지워지지 않는 낙서 지난 봄, 우리 가족은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우물이 있고 풋대추가 대롱 대롱 달려 있는 대추나무가 서있는 그런 집으로 말입니다. 셋방을 전전하던 끝에 처음으로 장만한 내 집이라면서 우리집 식구들은 모두 들떠 있었습니다. 말썽꾸러기 아들 딸 때문에 언제나 주인 아주머니의 잔소리를 귀에 달고 살아야 했던 엄마가 누구보다도 좋아했습니다. 이삿짐을 풀자마자 내게 주어진 일은 담장 가득한 낙서를 지우는 일이었습니다. 서툰 글씨, 어딘지 모를 주소, 약도...... 나는 깊고 아득한 우물에서 물을 퍼올려 낙서를 말끔히 지웠습니다. "아, 다 지웠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비비고 나와 보니 내가 애써 지운 글씨들이 모두 되살아나 있었던 것입니다. .. 더보기 이전 1 ··· 108 109 110 111 112 113 114 ··· 13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