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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스마일맨3000 2014. 2. 24. 17:27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해야 효과적인 글쓰기가 될까 생각해 보기로 한다.

(누군가가 글을 못 써서 고민이라고 한 얘기를 게시판에서 보았기 때문에, 꼭 이 글을 쓰는 건 아니다.)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를 굳이 얘기하자면, 예전에 군대 동기가 - 아 이건 아니구나  나 또한 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장기간 눈팅의 시절을 거치고, 용기를 내어 댓글을 몇 번 달아보고 나서, 그 후로도 오랫동안 망설인 끝에, 여친 빤쓰 벗기듯 조심스런 손길로 게시판에 글을 올린 첫경험이 있을뿐더러, 글을 올리고 나서는 조회수가 얼마나 올라갔는지, 댓글이 많이 달렸는지, 혹시 누가 악플이라도 달지 않았는지 마음 졸이며 새로 고침을 거듭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글을 게시판에 올리다 보니 운 좋게 마빡에 납치되기를 몇 번, 지금은 외부필진으로 불리고 있고, 300 블로그 분양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이왕 게시판에 글 올리는 거, 나도 한번 마빡에 가고 싶다, 나도 글 잘 쓴다고 인정받고 싶다 뭐 이런 생각들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을 텐데, 생각보다 글은 잘 안 써지고 가끔 좋은 생각이나 경험이 있어서 공유하고자 해도 잘 표현도 못 하겠고 등등의 고민을 하는 게시판 유저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해 보았다.

 

이미 널리 알려진 필진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뻘글이나마 부지런히 쓰고 계신 분들, “어따 대고 훈계질이야?” 내지 니가 뭔데?”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굳이 이 글을 읽을 필요 없겠다.

  

글을 쓰는 목적을 분명히 하자

 

먼저 얘기하고 싶은 것은 글을 쓰는 목적을 분명히 하자는 것이다.

여러분들은 딴지 게시판에 왜 글을 쓰는가?

무릎 꿇고 좆 잡고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무언가 할 얘기가 있기 때문일 거다.

그것이 가슴에 맺힌 한이 많아서일 수도 있고, 자신의 유식함을 자랑하고 싶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누가 나를 좀 알아 주었으면 해라는 욕구로 귀결된다고 본다.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n Maslow)가 얘기한 욕구단계설에서도 기본적으로 먹고 싸는 생리적 욕구가 해결되면, 그 다음 단계로 안전에 대한 욕구가 생기고 애정에 대한 욕구를 거쳐 존경에 대한 욕구’, 그리고 최종적으로 자아실현을 위한 욕구가 생긴다고 하지 않는가?

한국전쟁이 끝난 1950년대 같으면 먹고 사는 것 해결하기 바빠, 미술품을 감상하거나 하는 사치를 부릴 수가 없었다는 거지.

그렇지만, 지금 여러분들이 딴지 게시판에 글을 쓴다는 것은 누가 내 얘기를 좀 들어 주었으면 혹은 누가 나를 좀 알아주었으면하는 고급 욕구라는 말이다.

한마디로, “누가 나한테 관심 좀 가져 줘가 되겠다.

(이걸 너부리 편집장은 모두 외로워서 그런 거라고 정의 내리고 있다.)

 

어쨌든 나를 알리고자 하는 욕구가 있고, 남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면, 그래서 글을 쓴다면 그 욕구는 저급한 욕구가 아니라 고급한 욕구인 거지.

욕구가 고급이라면 글도 고급으로 써야 되겠지?

뭐 꼭 고급은 아니더라도 글 쓸 때 신경은 좀 써야 되겠지?

 

그래서 하는 말인데, 글을 쓸 때는, 글 쓰는 목적을 분명히 하자.

글을 쓰는 이유가,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운 기이하고 재미난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함인지, 혹은 그냥 묻어두기 아까운 문학적 소양을 발휘하여 딴지일보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도움을 주기 위함인지,내가 알고 있는 전문지식이 타인에게 도움이 되게끔 알리고자 함인지 말이다.

 

그것도 아니면 소소한 일상을 알리고자 함이던지, 열 받는 김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마구 씨부린다거나,지리멸렬한 썩은 개그, 혹은 (콘텐츠 창작 능력이 안 돼) 퍼온 자료를 올린다던가 해도 관계는 없지만, 이런 유형은 대부분 뻘글이 되기 쉽다.

  

논리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말로 하면 하루 종일이라도 떠들 수 있는데, 글로 적으라고 하면 한 줄도 못 적겠다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그렇다.

기본적으로 글쓰기는 말하기보다 훨씬 어렵다.

주둥이로 떠드는 거는 입만 열면 되지만, 글을 쓰려면 머리로 생각하고 손에 연필을 쥐고 공책에 적든지,아니면 컴퓨터를 켜고 손가락을 놀려야 한다.

 

혹시, 이런 거 해 본 사람 있나?

말로 얘기하는 거 따라서 타자 치는 거.

속기사나 녹취록 작성하는 사람들은 그런 경험 많겠지만, 우리가 아무리 느리게 말을 해도 그것을 리얼타임으로 타자로 받아 칠 수는 없다.

그 정도로 말은 빠르고 기록하는 것은 속도가 늦는다는 말이다.

 

그리고 말로 하는 거는, 이렇게도 얘기했다가 저렇게도 얘기했다가 실수했을 때는 취소하고 다시 이야기해도 되지만, 글을 쓸 때는 그래서는 안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단어를 선택해야 되고, 자연히 머리도 많이 써야 되고, 따라서 진도가 늦게 마련이다.

 

왜 이런 말을 하는가 하면, 말로 하는 거는 그냥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입을 놀리기만 하면 되지만, 글을 쓰는 것은 절대 그렇게 해서는 되지 않기 때문이다.

스토리의 앞뒤가 맞는지, 모순은 없는지, 서론과 본론과 결론이 제대로 자리잡고 있는지 등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려고 하면 무척 피곤한 작업이 되기 일쑤이다.

그래서 생각하기를 귀찮아하고 골치 아픈 거 피하려고 하는 사람일수록, “주둥이로만 모든 일을 처리하게 되는 법이다.

 

거기까지는 좋다.

말이 많으면 실수도 많은 법.

논리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은 말수가 많지 않으면서도 조리 있게 줄거리를 추려서 알아듣기 쉽게 얘기해 주지만, 얘기를 듣다 보면 지리산으로 갔다가 제주도로 갔다가 하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보자.

상대방: “거 왜 있잖아. 그 김철수라고 걔가 내 고향 후밴데, 애는 참 착해. 근데 얘가 좀 골 때리는 게, 술만 처먹었다 하면 진상을 부리는데, 그게 다 지 아버지 못된 거 닮아서 그런 거거든. 한번은 술 먹고 취해가지고 경찰서 유리창을 부수는 바람에 유치장에 들어간 적도 있거든. 나이 스물도 안돼가지고

: “김철수가?”

상대방: “아니 걔 아버지가

나: "씨발"

 

나는 김철수가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굳이 이름까지 대면서 얘기한다.

행패부린 당사자가 김철수인 줄 알았는데, 그 아버지란다.

뭐 이렇게 말이 왔다 갔다 하는 사람 꼭 있다.

단언컨대, 이런 사람은 글 못 쓴다.

 

우리 조상들은 말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삼사일언(三思一言)하라고 했다.

세 번 생각하고 나서 말을 하라는 거지.

그러니 글을 쓸 때는 최하 세 번, 경우에 따라서는 열 번도 생각해보고 나서 쓰는 게 맞을 듯 하다.

 

딴지 필진 중에 물 모씨는 글을 빨리 쓴다고 알려져 있다.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을 빨리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타자를 잘 치거나 못 치거나 하는 차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생각이 술술 풀리지 않고 턱턱 막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글을 빨리 쓴다는 물 모씨도 막상 글을 쓰겠다고 작정한 순간부터 글이 완성될 때까지의 시간이 짧다 뿐이지, 어떤 주제로 글을 쓸까, 어떻게 논리를 전개할까, 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떤 자료를 조사해야 할까 등등 글을 쓰기 위한 준비단계(구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는 그보다 몇 배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게다가 그의 경우 그 동안 많은 글들을 쓰면서 글 쓰는 요령이 몸에 배어 빨리 쓰기가 가능한 것이지, 그런 습작의 축적이 없으면 빨리 쓰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잠시 화제를 돌려, 누구나 다 아는 소설의 전개법칙, 그렇다. ‘기승전결이다.

이미 다 아는 얘기지만 굳이 재탕을 하자면,

(): 이야기의 실마리를 꺼낸다.

(): 이야기를 펼쳐낸다. (여기까지가 전반부)

(): 전환 또는 반전

():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여운을 남긴다.

 

논리가 뒤죽박죽이거나, 앞과 뒤의 이야기가 모순된다면, 기승전결의 구성이 기승전병으로 끝나는 되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딴지 게시판에도 말도 안 되는 억지논리를 줄기차게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그 꾸준함에는 경의를 표하고 싶다 - 그런 일관성 말고, 논리적으로 하자가 없는 글을 쓰도록 노력하자.

자기가 써놓은 글을 다시 읽어보면, 앞에서는 A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뒤에 와서는 B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자칫 사소해 보일 수도 있지만, 앞에서는 김철수라고 했다가 뒤에서는 이철수라고 하는 웃지 못할 실수를 하는 경우도 흔하다.

설마 그럴까 싶지만, 당신도 글 하나 써놓고 다시 읽어 봐라.

그런 실수 안 하기가 더 어렵다.

 

앞에서 주둥이로만 시끄러운 사람 얘기를 잠깐 했는데, 논리적인 글쓰기가 안 된다면 이런 방법도 있다.

글로 쓰고 싶은 내용을 말로 하면서 녹음을 하는 거다.

그리고 그 내용을 귀로 들어 보자.

분명 말로 할 때와는 느낌이 다를 것이다.

그렇게 들어 봤는데, 잘 모르겠다면 다른 사람에게 들려줘 봐라.

그 사람 반응이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이면 당신은 글쓰기를 포기해야 될지도 모른다.

 

, 논리적인 글쓰기를 위해서는 먼저 생각 자체가 논리적으로 정리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말로 글쓰기의 장점도 분명 있기는 하다.

일단, 글의 시작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부담 없이 말머리를 잡을 수 있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떠들어뒀다가 그걸 들으면서 글로 옮기고 고치고 다듬으면 되니까 한결 편한 글쓰기가 가능하기도 하다.

 

그리고, 위에 기승전결을 얘기했지만, 글을 풀어나갈 때에는 완급조절도 중요하다.

서두는 가볍게 터치하고 넘어간다 해도, 이야기가 진행되어 가면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할 필요도 있을 것이고(전희), 긴장감이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순간, 의외의 반전 혹은 기대하지 않았던 메가톤급 사건의 폭발로 큰 감동 혹은 웃음(오르가즘)을 주고, 그로 인한 결과 혹은 교훈 정도로 마무리(후희)하는 일련의 흐름을 매끄럽게 가져가려면, 각 부분의 길이도 적절히 배치해야 하고, 단계에 따른 상황묘사의 정도도 달라야 한다.

이건 한번에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일단 다 써놓고 퇴고하면서 부분 부분에 따라 분량을 조절할 수 밖에 없다.

 

어쨌든, 글 전체에 흐르는 논리에 일관성을 잃어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명심하자.

  

쉽게 읽히는 글이 좋은 글이다.

 

글을 잘 못쓰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글을 너무 어렵게 쓰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뭔가 머릿속에 많이 들어있는 것 같기는 한데, 이걸 글로 풀어내려니 진도도 안 나가고 붓방아만 찧기 일쑤인 것이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대략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아는 건 많은데, 그걸 남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풀어서 설명할 능력이 없는 경우.

또 하나는, 뭔가 아는 것 같기는 한데 남 앞에 내어놓자니 자신이 없는 경우, 즉  알기는 아는 것 같은데,정확하게 설명하기에는 지식이 부족한 경우 되겠다.

 

배움과 가르침에도 단계가 있다고 한다.

첫 단계는 들어서 이해하는 것.

다음은 스스로 문제를 풀 수 있는 단계.

마지막으로 남에게 가르칠 수 있는 단계.

당연한 얘기지만 남에게 가르치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된다.

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교사가, 실력이 중학생 정도밖에 안돼서 중학교 교사를 하는 건 아니잖아?

어쨌든, 자기가 아는 것을 남에게 풀어서 설명하려면 많이 알아야 한다.

교사가 학생보다 많이 알아야 하는 것처럼

 

그리고, 같은 말을 해도 듣는 사람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글을 써도 읽은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고, 그 내용을 상대 눈높이에 맞춰 쉽게 요약할 수 있어야 되기 때문이지.

 

개인적으로 꼴불견이라고 생각되는 유형이 몇 가지가 있는데, 일상적인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데도 굳이 전문적인 용어를 쓰는 경우와 좋은 우리말이 있는데도 같잖은 외국어로 표현하는 경우 되겠다.

 

법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판사, 검사, 변호사)이나 의사들이야 자기들 밥그릇을 지켜야 되고, 하찮은(?) 평민들이 자기들 쓰는 전문용어를 다 알아들으면 체통이 떨어지니까 일부러 어려운 법률용어를 쓴다든지 알아볼 수 없는 꼬부랑 글씨로 차트에 낙서하듯 쓴다고 이해해준다고 치자.

(그래도 나쁜 놈들이라는 생각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쉽게 할 수 있는 얘기를 일부러 어렵게 할 필요는 없잖아?

폼 잡으려고 일부러 현학적 허세를 떠는 거라면 이건 나쁜 새끼이고, 대가리에 든 데이터 베이스가 그것 밖에 안 돼서 좋은 우리말 놔두고 외국어 쓰는 거라면 이건 말/글 쓰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후자의 예: 미국 물 좀 먹고 어설프게 혀가 꼬부라져서 (어깨를 으쓱하며) “ 오늘 참 해피했어요.”)

단적으로 얘기해서, 쉽게 할 얘기를 일부러 어렵게 하는 건 개새끼, 어려운 얘기를 쉽게 하는 사람은 능력자 되시겠다.

 

그럼, 어떻게 해야 어려운 얘기도 쉽게 풀어갈 수 있을까?

위에서 얘기한 대로 어설프게 알지 말고 정확히 알 것, 그리고 읽는 사람 입장에서 글을 쓸 것, 요 두 가지만 지키면 된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알맹이 없이 현란한 구라빨로 포장한 글보다는, 어눌하고 글재주가 없어 보이더라도, 글 쓴 이의 진심이 엿보이는 진솔한 글이 읽는 사람에게 진정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하자.

 

그리고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국어를 잘 해야 된다.

우리말을 잘 알아야 어떤 표현을 할 때도 비슷한 단어 중에서 미묘한 어감 차이를 잘 집어내서 그 상황에 가장 어울리는 단어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국어를 잘 못하면 외국어도 잘하기 어렵다.

어려서부터 외국에 나가서 사는 경우가 아니고, 다 커서 외국어를 배우는 경우, 모국어를 먼저 생각하고 거기에 맞는 외국어를 대입하는 방식으로 머릿속에서 익혀나가는 것인데, 국어의 데이터 베이스가 부족하다면 외국어인들 잘 할 수가 있을까?

그냥 우리말과 외국어를 적당히 섞어서 쓰는 죽도 밥도 아닌 표현이 되기 십상이지.

 

그렇지만, 국어를 잘 못해도 도움을 받을 수는 있다.

지금은 인터넷도 있고, 워드프로세서도 있지 않은가?

인터넷으로 사전 검색도 해 보고, 워드프로세서로 편집해서 맞춤법 검사도 꼭 해보도록 하자.

 

비즈니스맨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얘기이지만, 상사 중에 꼭 보고서 내용보다는 오타나, 줄 간격 같은 걸로 꼬투리 잡는 사람 있다.

씨발, 보라는 내용은 안 보고 뭐 그런 쪼잔한 거 가지고 시비를 거나라는 생각이 당연히 들지만, 맞춤법이 틀렸거나 오/탈자가 있는 경우 눈에 거슬리기도 하거니와, 보고서의 질이 떨어진다는 점도 같이 생각하자.

 

게시판에 쓰는 글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자유롭게 쓰는 글이라고 하지만, 기본적인 문법이 잘못되었거나 맞춤법 틀린 곳이 많다면 읽는 입장에서 짜증이 나게 마련이다.

 

그리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된다.

요새는 인터넷에 넘쳐나는 정보의 영향으로, 활자로 인쇄된 책을 잘 안 읽는 경향이 있는데, 단문 채팅하는 것과 게시판에 글을 쓰는 것과는 다르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소가 되새김질하듯 책을 읽고 그 의미를 곰곰 생각하는 독서 습관이 중요하다.

종이책 읽기 싫으면 전자책도 있잖아?

 

어쨌든, 글을 써서 밥을 먹고 사는 전문가들이 써놓은 글을 책으로나마 많이 접하고 그들의 글 쓰는 요령을 눈에 익힌 다음에, 하나씩 흉내를 내다 보면 당신도 점진적으로 세련된 글을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원래 모든 학습은 모방에서 시작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게 모방으로 시작한 학습이 자기 것이 되었을 때, 남을 가르치듯이, 어려운 이야기를 풀어서 이야기하듯이 읽은 사람 입장에서 쉬운 글을 쓸 수 있다고 본다.

 

읽는 사람 입장을 배려한 글쓰기,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라고 생각한다.

  

개드립은 필수?

 

딴지 게시판에 올리는 글은 일단 재미 있어야 된다.

그것이 딴지 정신이기도 하고, 너부리 편집장이 마빡 기사로 납치하는 기준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재미를 추구하다 보면, 개드립도 치게 되고, 과도한 유행어를 사용하게도 된다.

 

그렇지만 이건 알아두자.

개드립(과도한 유행어 포함)은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적절히 포진하여 깨알 같은 재미를 줄 수도 있지만, 지나친 남발로 인하여 글 자체를 찌질하게 보이게끔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웃기기 위한 개드립에 목 매지 말고, 트렌드를 쭉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글이 마빡에 잘 가는지, 어떤 필진은 어떤 스타일의 글을 주로 쓰고 문체는 어떠한지 등등.

, 써먹을지 말지는 논외로 치고, 요새는 어떤 유행어가 주로 회자되는지 등등.

, 당신이 유행어 하나 만들어서 띄우고 싶으면 꿋꿋이 써먹어도 괜찮기는 하다.

 

개드립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가끔은 게시판 흥행을 위해서 낚시질을 하는 경우도 있다.

어쩌다 한번이라면 웃고 넘어갈 수 있겠으나, 자주 하다가 늑대소년이 되는 건 당신 책임이다.

 

게시판 선택을 잘 하자.

 

예전에 구라대마왕 물 모씨가 닥눈삼이라는 (말도 안 되는) 신조어를 들고 나온 적이 있었다.

초보는 닥치고 눈팅 삼년을 자기 멋대로 줄여서 표현한 건데, 시집살이 벙어리 삼 년, 귀머거리 삼 년 하는 식으로, 굳이 삼 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앞에서 얘기한대로 눈팅을 하면서 찬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어떤 찌질이들이 어떤 뻘글을 올릴 것인지, 어떤 게시판에 글이 많이 올라오고 댓글이 많이 달리는지 등을 유심히 관찰하자.

그리고, 드디어 게시판에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 욕을 좀 먹더라도 관심을 끌 것인지,

- 욕 먹기 싫으니까 그냥 안전하게 한갓진 게시판에 올릴 것인지도 결정하기로 하자.

 

게시판에 수많은 ㅇㅇ불패가 있지만, 그 중에 딴지를 대표하는 건 정치불패 육두불패라고 할 수 있겠다.

(! 음불 무시하삼? 이런 태클 사절. 일일이 다 소개할 수 없어서 대표적인 것 2개만 예로 든다.)

 

정치불패의 경우 조회수도 많고  지금은 예전만 못하지만  글도 많이 올라오는 반면, 뻘글도 많고 댓글에서 욕하고 싸우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 정치가 개판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정치라는 게 이렇게 한다고 해서 반드시 잘 되고 저렇게 한다고 해서 꼭 안 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항상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본다.

게다가 자기와 의견이 다르면 일단 나쁜 놈으로 몰아붙이는 성향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정치불패는 어쨌든 쌈질불패의 성격을 벗기가 어렵다고 본다.

 

정치불패의 장점: 어쨌든 게시판의 톱타자이다. 글도 많이 올라오고, 조회수, 댓글도 많이 달린다. 마빡에도 정치 관련 글이 가장 많은 만큼, 정치불패에 좋은 글을 올리면 기사로 채택될 가능성도 있다.

정치불패의 단점: (서식하는 찌질이들이 상대적으로 많아) 뻘글이 많고, 댓글에도욕설이 난무하는 경우가 있어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육두불패의 경우는 정치불패보다 올라오는 글은 적지만  최근에 많아지기는 했다  일단 조회수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적절한 수위조절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아무리 게시판에 쓰는 글이지만 본인의 경험이 다만 1%라도 반영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옷을 벗고 광장에 나서는 것 같은 용기를 내지 않으면 글 쓰기가 쉽지 않다.

 

이런, 각 게시판의 특성을 잘 눈여겨보고 글을 쓰도록 하자.

(그건 그렇고, 현재 상황에서 보면 글도 거의 안 올라오고 조회수도 별로 없는 게시판이 많다. 수뇌부야!정리 좀 하자.)

  

결국은 많이 써 보는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 주절주절 말이 길었지만, 결국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많은 습작을 통해서 필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얘기하면 고3한테, “국영수를 중심으로 열심히 해 봐라고 얘기하는 것처럼 뻔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지만, 사실이 그런 걸 낸들 어쩌겠나.

공부에 왕도가 없듯이, 글쓰기에도 왕도는 없다.

부단히 쓰고 다듬고 고치고 또 써 보고 하는 수밖에.

 

그리고 퇴고를 많이 하도록 하자.

퇴고의 유래에 대해서는 다들 알겠지만, ()나라 시인 가도(賈島)가 나귀를 타고 가다 시 한 수가 떠올랐는데, "조숙지변수 승퇴월하문(鳥宿池邊樹 僧推月下門, 새는 연못 가 나무에 자고 중은 달 아래 문을 민다)"라는 구상을 하고, 민다(, )가 좋을까 두드린다(, )가 좋을까 고민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글자 하나 때문에 무슨 고민을 그렇게 할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글 쓰다 보면 단어 하나 때문에 진도가 안 나가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문장 하나 때문에 한 시간 이상 고민하는 경우가 없으리란 법도 없다.

그렇지만, 그런 고민의 시간을 거쳐 당신의 글쓰기 실력은 진보하는 것이다.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단어를 골라내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자.

그리고 매끈한 문맥을 유지하기 위해서 전체적인 구성에도 신경을 쓰자.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인터넷의 도움(사전이나 자료 검색)도 받을 수 있고, 워드프로세서의 도움(맞춤법 검사) 도 받을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제아무리 유명한 문필가라도 그 사람이 평생 쓰는 작품이 모두 명작이 되는 건 아니다.

수많은 작품을 쓰다 보면 그 중에 명작도 나오는 거고, 개중에는 형편없는 졸작도 나올 수 있는 거다.

(제아무리 날고 기는 야구선수라 해도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홈런을 칠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름난 사람들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듣보잡에 불과한 우리가 졸작이 두려워 글 쓰기를 주저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도둑질도 하면 늘고, 서방질도 자꾸 하면 간뗑이가 커지는 법 아니겠나?

그러니 용기를 가지고 꾸준히 글을 쓰도록 하자.

 

쓸데없이 길기만 한 이 글이 눈팅족 여러분들에게 , 나도 글을 쓸 수 있겠구나 

하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글을 쓴 보람이 있다고 하겠다.


                                                       - 딴지일보 독투불패 영구읍따